나는 볼보를 타고 다닌다.
아주 고가의 자동차는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타고 다니기에는 금전적으로 충분히 부담이 되는 차다.
게다가 비슷한 가격대에서 독일 자동차라는 훌륭한 선택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볼보를 산 것이다.
볼보를 선택한 이유는 최근의 유행 때문이 아니다.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이 나오기 이전부터 볼보에 관심이 있었고,
볼보가 각지고 못생겼던 시절부터 언젠가는 볼보를 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볼보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자동차의 목표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다. 하지만 안전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특징이 없는 차였다.
그야말로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안전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회사다.
내가 생각했을 때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두 가지다.
그것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 그리고 사고상황에서 탑승자의 부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다. 따라서 타고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자동차의 존재의 이유다.
그리고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사고확률이 언제나 일정 부분 존재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교통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주는지가 그 다음으로 가져야 하는 자동차의 목표다.
그 이외의 편의 사양이나 보조 장치 등은 그야말로 부가적인 옵션일 뿐이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동성과 안전성이라는 목표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많은 옵션이 들어간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 옵션들이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볼보의 이동성과 안전성
볼보에서 만든 자동차는 잘 나간다. 이동수단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터보 엔진으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신경써서 만들었고, 단지 안전하기만 한 자동차치고는 굉장히 잘 나가는 편이다.
그리고 안전하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안전평가에서 매년 높은 평가를 받고, 실제로 사고 상황에서 탑승자의 경미한 부상이 기사화 될 정도로 볼보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 대중의 인정을 받고 있다.
볼보 사고조사팀에서는 볼보 자동차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출동해서 사고의 원인과 사고 상태 등을 조사해간다고 한다.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교통 사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탑승자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다.
게다가 볼보는 트림에 따라 안전사양에 옵션 차이를 두지 않는다. 상위 트림으로 가더라도 편의사양에 대해서 고급 옵션이 추가될 뿐이지, 하위 트림이라고 해서 안전 사양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볼보가 안전에 몰빵을 하는 이유
1. 창업자의 철학
다들 알다시피 볼보는 스웨덴 회사로 출발했다. 창업자는 구스타프 라르손, 아사르 가브리엘손이었다.
스웨덴은 지도로 보면 알 수 있듯이 북극 근처다. 매우 춥고, 도로도 험하다.
아마도 눈이 오고 난 후라면 도로는 이런 사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스웨덴 정도의 위도에서는 엘크 혹은 무스라고 불리는 몸집이 커다란 동물이 도로에 출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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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식으로 표지판을 세우지 않을까? |
그래서 도로에 엘크를 조심하라는 표지판도 세운다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튼튼한 차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볼보 창업자들의 초기 철학이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아직까지 볼보의 안전이라는 브랜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자본의 부족
하지만 볼보는 인지도에 비해서 그렇게 주류의 회사가 아니었다. 스웨덴의 경제불황과 적자가 겹쳐 부족한 자본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었다.
실제로 볼보는 스웨덴에서 운영되다가 미국의 포드 자동차로 팔렸고, 현재는 중국의 지리자동차에게 지분이 100% 넘어간 상태이다. 그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영진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뭐가 있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장점의 극대화였을 것이다.
볼보가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부분. 그것은 바로 안전성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옵션 등 부가적인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되 절약한 비용을 안전성을 위한 투자에 모두 퍼부은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기업인 지리자동차가 볼보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되, 막대한 자금력으로 지원 해주면서 다시 한 번 볼보라는 이름이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이 볼보라는 회사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초창기부터 밀어붙인 볼보만의 일관성 있는 안전성에 대한 전략과 그에 더불어 디자인과 편의사양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자금 상황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성 이외의 장점
1. 딱히 옵션을 고를 필요가 없다. 모멘텀이냐 인스크립션이냐 트림만 선택하면 옵션은 거기에 딸린 대로 출고가 된다.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겐 큰 장점이 될 것이다.
2. 3세대 이후의 볼보는 디자인이나 편의사양도 굉장히 좋아졌다. 앞좌석 마사지 기능이나 통풍 시트, B&W 스피커는 동급의 자동차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옵션이다.
3.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안전 분야에서는 페라리가 와도 볼보를 이길 수 없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슈퍼카 매니아들이 제로백 영상이나 서킷 주행 영상을 찾아본다면, 볼보 덕후들은 충돌 영상을 찾아본다. 그만큼 볼보의 시장은 기존의 자동차들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볼보의 안전에 관한 비전
‘볼보자동차에 의해 단 한 사람도 중상자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볼보의 비전입니다.’
이 회사, 참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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